취평 최명식 서예가/(사)한국서예협회 부이사장./사진=취평
                     취평 최명식 서예가/(사)한국서예협회 부이사장./사진=취평

글자에 표정을 만들고 감성의 옷을 입혔다. 안양을 대표하는 원로서예가 취평 최명식 선생이 전통 붓글씨에 현대적인 기법을 가미한 독창적인 예술세계로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그는 규격화된 서예 기법을 벗어나, 자유로운 운필법을 구사하며 먹()과 색()이 조화 이루는 화면을 구사한다. 특히 문자 추상과 설치 미술을 융합한 개성적인 조형세계를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음이 바른 사람은 필법도 스스로 바르다는 심정필정(心正筆正)의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서체 연구에 집중해온 취평 선생은 고루한 전통의 형식을 깨고 대중의 감성을 터치하는 예술을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행즉사의./사진=뉴스리포트
                         행즉사의./사진=뉴스리포트

전통과 현대의 창조적 모색

취평 선생을 만나기 위해 안양시 문예로에 소재한 서실을 찾았다. 은은한 묵향이 감도는 공간에 들어서자, 세월의 흔적이 드러나는 문방사우와 방대한 서적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현재 선생은 법첩을 바탕으로 임서에 매진하며, 안양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에 출강을 하면서 후학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서예 문화가 침체기를 겪으면서 대중들에게 외면받고 있음을 통감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때 전통의 방식만을 답습해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서 전통과 현대의 창조적 모색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붓을 들고 나는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가 자문했죠.”

취평 선생은 제자들이 현대 서예의 맥을 이어가도록 지도했으며, 그 또한 대중과 친밀히 소통하며 일상 속 공감을 줄 수 있는 현대 서예술을 펼치기 위해 연구와 실험을 거듭했다.

                   그룹 묵기 전시, 세상을 밝히다./사진=취평 
                   그룹 묵기 전시, 세상을 밝히다./사진=취평 
                  그룹 묵기 전시_하늘을 가리다./사진=취평 
                  그룹 묵기 전시_하늘을 가리다./사진=취평 

특색 전시로 회원들의 다양한 개성 뽐내다

지난해 8월 안양 아트센터 갤러리 미담에서 그룹 묵기(墨氣) 15회 회원이 개최됐다. 그룹 묵기는 취평 선생이 시몽 황석봉 선생에 이어 10여 년간 회장을 맡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서예단체다. 3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인 이 그룹은 매년 다양한 주제로 특색있는 전시를 진행하고 있어 이목을 끈다.

천편일률적인 서예 작품 전시는 대중에게 거리감을 줄 뿐입니다. 족자나 판넬로 전시된 서예 작품들은 그야말로 재미가 없죠. 그룹 묵기 회원들은 우산, , 스카프, 에코백, 의복 등 실생활에서 친근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재료들을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고 저마다 개성을 뽐낼 수 있도록 합니다. 매년 새로운 컨셉으로 전시를 하고 있는데, 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줄 정도로 지역에서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위한 부단한 노력

취평 선생은 경남 함양 태생이다. 1970년대 공직생활을 하면서 서예에 입문했으며 다수의 초대전, 그룹전에 참여하면서 왕성하게 작품 생활을 이어왔다. 퇴직 후 사업을 하고 전업작가가 되기까지 50여 년간 붓글씨에 천착해온 그는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선생은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경기도서예대전 초대작가이며 안양서예대전 운영위원장, ()한국서예협회 안양지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서예협회 부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일필휘지기운생동으로 함축된 서예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동양의 전통예술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예술철학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취평 선생의 작품은 정적이면서 동적이고, 부드러우면서 강렬하다. 자유로운 선의 흐름과 간명한 붓 터치, 절제된 구도로 신선한 조형성을 표출하는 그의 화면은 오랜시간 쌓아온 탄탄한 내공을 가늠케 한다. 비움의 여백, 여운과 울림을 전하는 작품들은 끊임없이 비우고 덜어내는 과정을 수행했던 취평 선생 내면의 흐름이 담겨있었다. 그는 현대서예의 매력은 변화무쌍함이다. 전통서예는 질서와 법규를 지향하지만, 현대서예는 분방함을 추구한다. 지필묵을 통해 솔직한 내면을 담아 작품을 완성하면서 예술의지를 다진다고 말했다.

                    삼사일언./사진=뉴스리포트
                    삼사일언./사진=뉴스리포트

삼사일언의 정신으로 임서에 정진할 것

한편, 취평 선생은 최근 수강생들이 서예에 입문하면서 단기교육을 추구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선생은 조형성을 위주로 조급하게 성취하려고 한다. 서예는 정확한 필법을 반복 연습해서 체질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기를 갖춘 후 조형성을 변형하면서 창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독자적인 작품을 창조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그는 대중들은 예술의 높은 경지나 난해한 작품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친밀한 이야기를 작가가 작품으로써 표현했을 때 반응하고 공감하는 것이라고 소신을 전했다.

서여기인(書如其人), 글씨는 그 사람됨과 같으며 글씨를 통해 그 사람의 인격과 인품을 가늠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취평 선생은 삼사일언(三思一言)의 정신으로 매사 겸손함을 견지하며 서예에 정진하겠다는 예술의지를 표했다. 집념의 예술정신으로 현대서예의 발전을 도모하는 취평 선생은 앞으로도 현대서예의 존재의미와 역할에 대해 지속적인 성찰을 보여줄 것이다. 소통과 감성의 예술을 추구하며 치열한 예술가의 길을 걷는 취평 최명식 서예가. 그가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격려하는 작품들을 창조해 세상의 빛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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