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도봉산./사진=조성민 여행작가
눈 내린 도봉산./사진=조성민 여행작가

산봉우리가 빼어난 도봉산

화강암이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하는 도봉산은 뾰족뾰족하게 솟은 산봉우리의 아름다움이 빼어나다. 큰 바윗길이 산 전체를 이루고 있어 ‘도봉(道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름 그대로 바위 봉우리가 길인 산이 도봉산이다.

도봉산은 서울특별시 도봉구와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양주시 장흥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백두대간의 분수령에서 서남쪽으로 뻗은 한북정맥의 연봉을 따라 운악산·불곡산을 거쳐 남서쪽으로 내려오다가 서울 동북쪽에서 우뚝 솟아 우이령을 경계로 북한산으로 이어진다. 산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도봉산은 절리(암반의 갈라진 틈)와 풍화작용으로 벗겨진 봉우리들이 연이어 솟아 기암절벽을 이루고 있다.

최고봉인 자운봉(739.5m)을 중심으로 남쪽은 만장봉·선인봉, 서쪽으로 오봉·여성봉이 있고 포대능선·사패능선의 산등성이가 깎은 듯 솟아있어 그 기상이 수려하다. 많은 봉우리 중에서 자운봉·만장봉·선인봉이 도봉산의 대표 봉우리로, 이 세 봉우리는 삼각 모양을 이루고 있다. 오봉은 웅장한 바위 다섯 개가 나란히 떠 있는 듯한 봉우리이다. 자운봉의 동남 방향에 있는 코바위는 도봉산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조망처로, 풍광이 워낙 아름다워 ‘에덴의 동산’이라고도 한다.

도봉산의 여러 봉우리 사이로 수십 개의 맑고 깨끗한 계곡이 형성되어 산과 물의 아름다운 조화를 빚어낸다. 도봉산의 3대 계곡은 문사동계곡·망월사계곡·보문사계곡이다. 도봉산은 우람한 기암괴석과 뾰족이 솟은 암봉들이 장관을 이루며, 사방으로 뻗은 계곡을 따라 녹음이 우거진 명소를 만들고 있다.

 

다락능선에서 아이젠을 차다

도봉산을 오르기 위해 08:30에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산행을 시작해 「도봉분소」에서 좌회전하여 가다가 우회전하여 「녹야선원」을 지나 「물레방아 약수터」로 갔다. 약수를 떠서 마시자 시원한 약수가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산마루에 올라 왼쪽 등산로를 따라 오르자 「은석암」이 나타난다. 은석암을 지나 「다락능선쉼터」를 만났다. 「다락능선」은 도봉구와 의정부시의 경계를 이루는 능선으로, 능선 아래에 ‘다락원’이라는 조선시대 관원의 숙소가 있던 마을 지명에서유래한 이름이다.

자운봉./사진=조성민 여행작가
자운봉./사진=조성민 여행작가

쉼터에서 다락능선 비탈길 등산로를 바라보자, 북향이라 쌓인 눈이 얼어 빙판길이라 아이젠을 착용하고 걸었다. 멋지게 펼쳐지는 경치를 구경하며 쉬엄쉬엄 걸었다. 한참을 걸어 다락능선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바위로 기어 올라갔다. ‘조망 포인트’에서 머리 위를 응시하자, 도봉산의 주 봉우리인 선인봉·만장봉·자운봉이 좌측으로부터 일렬종대로 서 있는 웅장한 모습이 장관이다. 핸드폰을 꺼내 여러 각도에서 도봉산 암봉의 자태를 카메라에 담았다. 도봉산의 멋진 뷰를 즐기고 바위를 기어 내려와 포대능선으로 향했다.

 

대공포대가 있었던 포대정상

「포대능선」은 능선 중간에 대공포 진지인 포대가 주둔했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대공포대가 있었던 ‘649봉에서 신선대까지 1.4km’이다. 포대정상 300m를 앞두고 갈림길에 있는 쉼터에서 커피와 체리를 맛있게 먹었다. 포대정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쇠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코스가 이어졌다.

「포대정상 전망대」 바로 전에 있는 ‘포대정상에서 바라본 도봉산’ 안내문을 읽었다.

‘북한산의 우이령을 경계로 그 북동쪽을 도봉산이라 부르며, 그 줄기에 우뚝 솟은 자운봉·만장봉·선인봉 등 세 개의 봉우리와 우측에 다섯 개의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진 오봉(660m)은 도봉산의 주요 봉우리로 산세가 웅대, 험준하여 그 형상이 준수하고 기품이 있어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데크로 만들어진 포대정상 전망대에서 지나온 다락능선을 내려다보니, 날카로운 발톱을 감추고 있는 독수리 같은 능선의 조망이 일망무제이다. 포대정상에서 우측으로는 사패산으로 가고, 좌측으로 가면 Y계곡을 거쳐 도봉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도봉산 산행의 백미인 Y계곡

포대전망대에서 내려와 좌측길 따라 Y계곡으로 갔다. 「Y계곡」은 포대정상에서 자운봉 사이의 암릉구간으로, ‘Y자 모양의 바위협곡’인 200m의 험준한 급경사 암벽 사이에 패인 홈으로 가는 코스이다. 너무 험난하여 공포의 코스이지만, Y계곡 구간은 도봉산 산행의 하이라이트로 알려져 있다. 코스가 가파르고 좁아서 주말이나 법정공휴일에는 포대정상 쪽에서 자운봉 쪽으로 일방통행이다.

가파른 암벽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암벽에 쇠줄과 철 난간이 잘 설치되어 있었지만, 긴장이 많이 되었다. 어기적거리며 계곡 밑으로 내려오자 진땀이 난다. 올라가야 할 암벽을 쳐다보자 수직에 가까워 아찔하다. 양손에 힘을 주고 발길을 떼는데 몸이 천근만근처럼 느껴진다. 암벽을 오르다가 조그만 바위굴이 있어 한참을 쉬었다. 어렵사리 Y계곡을 통과하여 능선길에 올라서니 왼쪽에 자운봉, 오른쪽에 신선대가 눈 앞에 펼쳐진다. 자운봉은 험한 암벽이라 올라갈 수 있는 등산로가 없다. 신선대를 향해 바윗길을 걸었다.

도봉산에서./사진=조성민 여행작가
도봉산에서./사진=조성민 여행작가

 

신선대에서 자운봉·만장봉·선인봉을 감상하다

「신선대」는 자운봉과 20m 거리의 맞은편에 있는 봉우리다. 도봉산 정상인 자운봉은 험악하여 산행이 금지되므로, 신선대는 등산객이 걸어 오를 수 있는 도봉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다. 산객들은 신선대만 오를 수 있으므로, 사실상 ‘신선대가 도봉산의 정상 역할’을 한다.

신선대 정상을 앞두고 핸드레일을 잡고 얼어붙은 바위벽을 올라갔다. 신선대에 올라서자 ‘신선대 정상 726m’라고 쓰인 표지목이 서 있다. 표지목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을 찍고 사방을 둘러보니, 도봉산 암봉들의 모습이 멋지게 펼쳐진다. 웅대한 기암괴석과 불꽃 같은 봉우리들이 장관을 이룬다. 사방으로 뻗은 산줄기 따라 연초록 물결이 넘실거린다. 높은 봉우리에서 광활한 산하를 바라보니 찌들었던 일상들이 싹 씻겨 내려간다. Y계곡을 내려갔다가 오를 때는 많이 힘들었지만, 정상에서 맛보는 상쾌함이 커다란 감동으로 밀려왔다. 360도로 전개되는 산야의 파노라마를 뒤로하고 바로 눈앞에 보이는 자운봉·만장봉·선인봉을 차례로 감상하기 시작했다. 신선대에서 볼 때 좌측에 자운봉, 중앙에 만장봉, 우측에 선인봉 등 삼 형제 봉우리가 차례로 서 있다.

포대능선길./사진=조성민 여행작가
포대능선길./사진=조성민 여행작가

 

바위 조각 집합체인 자운봉

「자운봉」은 주능선에 우뚝 솟아있는 ‘도봉산의 주봉(739.5m)’이다. 자운봉은 도봉산의 최고봉이지만, 깎아지르는 암벽 덩어리라 산행을 금지하여 오를 수가 없다. 자운봉의 명칭은 높은 산의 봉우리에 붉은빛의 아름다운 구름이 걸려 있다는 의미에서 유래한다. ‘자운(紫雲)’은 불교에서 상서로운 기운을 뜻한다.

자운봉 정상부는 다듬어진 바윗덩어리 여러 개를 포개놓은 듯한 모습의 바위 조각들의 집합체이다. 언제 쏟아져 내릴지 모를 것 같은 거대한 바위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자운봉의 기암괴석들은 등과 등을 맞대고 떨어지지 않는 기이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만장봉과 선인봉

「만장봉」은 자운봉과 선인봉의 한 가운데에 있는 봉우리이다. 만장봉의 실제 높이는 718m이나 옛날 사람들이 보기에는 만장이나 되어 보인다고 하여 ‘만장봉(萬丈峯)’이라 이름 붙인 것으로, 기세가 웅장하고 높은 봉우리라는 뜻을 지녔다.

다락능선 통천문./사진=조성민 여행작가
다락능선 통천문./사진=조성민 여행작가

「선인봉」은 암벽 높이 200m, 너비 500m의 화강암 봉우리다(708m). 신선이 도를 닦은 바위라 하여 선인봉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선인봉은 도봉산 멀리 입구에서도 한눈에 보이며, 등산객들에게 잘 알려진 ‘도봉산의 대형암벽’이다. 선인봉은 북한산의 인수봉과 더불어 서울에서 쌍벽을 이루는 암벽등반의 명소로 꼽히는 봉우리다. 선인봉은 기반암이 노출된 봉우리가 주변 지역과 비교적 높은 고도로 보이고 풍화와 침식에 의한 암벽의 틈이 많아 암벽등반을 하는 산악인들이 즐겨 찾는다. 도봉산 정상을 이루는 3개 봉우리 중에 가장 낮은 봉우리다.

 

마당바위에서 망중한을 즐기다

신선대에서 내려와 마당바위로 이어지는 비탈길을 내려다보았다. 양지 바른쪽이라 눈이 다 녹아 아이젠을 벗자 발걸음이 훨씬 가볍다. 자운봉 암벽을 따라 놓인 철계단 내리막길을 300m 가자 「선인쉼터」다. 방울토마토와 사과로 갈증을 해소했다.

쉼터에서 바윗길과 계단을 내려와 사방으로 펼쳐진 조망이 빼어난 마당바위에 도착했다. 「마당바위」는 모양이 마당처럼 널찍해 붙여진 이름으로, 신선대에서 내려가거나 오를 때 만날 수 있는 아주 넓은 바위다. 마당바위에서 많은 등산객이 휴식을 취하며 쉬고 있었다. 한적한 곳으로 가서 편하게 눕자 피곤이 풀리고 온몸이 나른해진다. 파란 하늘에 새털구름이 사뿐히 떠다니는 모습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유유히 흐르는 구름을 쳐다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선인봉(좌), 만장봉, 자운봉, 신선대(우)./사진=조성민 여행작가
선인봉(좌), 만장봉, 자운봉, 신선대(우)./사진=조성민 여행작가

 

도봉탐방지원센터로 원점회귀 하다

마당바위에서 천축사로 갔다. 「천축사」는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제자를 시켜 지었고, 무학대사가 조선왕조 창건과 함께 중창한 도봉산 60여 개의 사찰 중 제일 오래 되었단다. 계단을 올라가자 청동불상이 9열 종대로 250여 개가 있다. 천축사 뒤에 깎아지른 듯 웅장한 모습으로 우뚝 솟은 선인봉이 보인다.

천축사에서 비탈길을 내려와 계곡을 가로지르는 「서원교」 앞에 섰다. 우렁찬 계곡물 소리가 이제 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 차도를 따라 800m를 가서 도봉탐방지원센터로 16시에 원점회귀 했다. 도봉탐방지원센터-도봉분소-녹야선원-은석암-다락능선-포대전망대-Y계곡-신선대-(자운봉·만장봉·선인봉 조망)-선인쉼터-마당바위-천축사-서원교-도봉탐방지원센터까지 8.5km의 도봉산 산행을 즐겁게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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